2025년 8월, 무더위를 피해 충남 서천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바닷바람에 실린 전어 냄새, 항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활기, 그리고 무엇보다 생생한 해산물 축제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죠. 제23회 ‘서천 자연산 전어꽃게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살아 있는 축제입니다. 10일 동안 열리는 이 축제는 자연산 전어와 꽃게를 중심으로 맛, 체험, 여행, 문화까지 하나로 엮인 ‘완성형 지역 축제’입니다. 여행자 입장에서 직접 느끼고 정리한 서천 전어꽃게축제의 A to Z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전어와 꽃게, 가을의 맛을 품은 자연산 해산물의 향연
서천의 8월 말은 도시보다 한결 선선합니다. 축제장인 서천 홍원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다 내음과 사람들의 북적임이 맞아줬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바로 '수산물 깜짝 경매'였습니다. 어민 아저씨가 "자연산 꽃게~ 자연산 전어 나왔어요!"라고 외치며 트럭을 열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됩니다. 진짜 재미는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마치 시장놀이처럼, 경매가 시작되고 경쟁하듯 가격을 외치는 소리에 현장은 흥겨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전어는 이 시기에 가장 맛이 좋습니다. 지방이 오르고, 비린 맛없이 고소하며 뼈째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축제장 한편에서는 전어회, 전어구이, 전어무침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가격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실제로 저는 1만 원에 전어회와 구이를 동시에 맛봤는데,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 할 가격이었죠. 꽃게는 암꽃게 위주로 판매되고, 찜·탕·양념게장으로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습니다. 축제장 내 일부 부스에서는 택배 서비스도 운영되어, 당일 구매 후 집으로 보내는 관광객들도 많았어요. 저는 양념게장을 구매해 서울 집으로 보내 맛있는 추억을 가족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이 모든 해산물은 '자연산'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홍원항에서는 인근 바다에서 당일 조업한 수산물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신선도와 맛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 하루만 있어도 입이 행복해지는 축제입니다.
온몸으로 즐기는 서천만의 이색 축제 체험
서천 전어꽃게축제는 ‘구경’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곳은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매우 풍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단연 ‘맨손 전어 잡기’입니다. 축제기간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물이 담긴 수조에 들어가 실제 전어를 맨손으로 잡습니다. 전어는 미끄럽고 날쌔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그만큼 잡았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체험비는 1인당 1만 원으로, 1kg까지 전어를 가져갈 수 있어 가성비도 좋습니다. 저도 참여해서 전어 4마리를 잡았고, 그 자리에서 회를 떠 맛보니 그 싱싱함에 놀랐습니다. 두 번째는 ‘홍원항 현시장 보물찾기’. 시장 전체를 무대로 진행되는 미션 게임 형식으로, 주어진 미션카드를 따라 상인들과 소통하고 전어·꽃게 관련 퀴즈를 맞히는 프로그램입니다.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시간이 되었고, 작은 기념품도 받을 수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또 하나의 인기 프로그램은 ‘전어·꽃게 포토존’입니다. 홍원항 방파제에는 전어와 꽃게 캐릭터가 입체 조형물로 설치되어 있고, 해안가에는 감성적인 목재 포토존이 준비되어 있어 SNS 인증숏 명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몰 시간대,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인생샷 그 자체였고, 제가 올린 인스타 사진은 무려 좋아요 300개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그 외에도 전통공연, 수산물 요리대회, 지역 농특산물 전시 등 하루가 모자랄 정도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단순한 축제가 아닌 ‘해양문화체험의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축제와 함께하면 좋은 서천 관광 루트 총정리
축제만으로도 충분히 알차지만, 서천은 여행코스로서도 매우 훌륭한 지역입니다. 실제로 저는 축제를 전후로 반나절씩 여행지를 묶어,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는데요. 그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루트를 추천해 드립니다.
- 1일 차 (축제 중심)
오전: 서천역 도착 → 홍원항 축제장 도착
점심: 수산물 장터에서 전어회 + 꽃게탕
오후: 맨손 잡기 체험 + 보물찾기 + 포토존
저녁: 숙소 체크인 & 홍원항 해물찜 맛집 방문 - 2일 차 (관광 중심)
오전: 마량리 동백나무숲 산책 → 아펜젤러 순직기념관
점심: 성경랜드지 기념관 → 한산모시관
오후: 춘장대 해수욕장 산책 & 기념사진 → 서천역 귀가
이 중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힐링 장소입니다. 바다와 나무가 조화를 이뤄 한적하게 걷기에 너무 좋고, 연인이나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또한 춘장대 해수욕장은 아직 대중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조용히 바다를 즐기고 싶은 분에게 적합한 장소입니다. 서천은 전반적으로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음식점들도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돼 가성비 좋은 맛집이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한 홍원회센터는 싱싱한 전어회를 저렴하게 제공해 주는 곳으로, 다음에도 꼭 다시 가고 싶은 식당이었습니다.
서천 전어꽃게축제는 단순한 해산물 축제가 아닙니다.
자연의 맛, 사람들의 이야기, 바다의 생명력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공간’입니다. 제가 직접 느낀 이 축제는 단순한 경험을 넘어, ‘기억’이 되었습니다. 매년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짧지만 진한 가을의 시작을 맞이하고 싶다면 서천을 꼭 한 번 다녀오세요. 그 안에서 만나는 자연산 전어, 살이 꽉 찬 꽃게,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이 여러분의 가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https://www.seocheon.go.kr/prog/tursmCn/v2/tour/sub03_01_05/view.do?cnt_no=52